국립현대미술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개최
◇ 서로 다른 모습의 너와 내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예술적 실험
- 김원영, 리처드 도허티, 김 크리스틴 선 등 국내외 작가 15인(팀) 작품 40여 점
- 장애, 노년, 질병 등 신체의 다양성을 살펴보고 포용하는 작가들의 질문과 실천
- 온라인 내 접근성 페이지 신설, 전시장 내 음성해설, 점자블록, 쉬운 글 등
접근성 확대를 위한 미술관의 실천적 변화 동반
◇ 5월 16일(금)부터 7월 20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을 5월 16일(금)부터 7월 20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사라 헨드렌, 케이트린 린치, 튜빙과 아이라이너, 2017,
부드럽게 잡히는 튜브, 아이라이너, 가변크기. 조합_신디 와크 가르니, 사진_마이클 J. 말로니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는 다양한 조건을 가진 몸을 환대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2022년 개정된 박물관의 정의에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는 과제를 포함한 바 있다. 이는 박물관·미술관이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몸, 나이 든 몸, 아픈 몸 등 다양한 몸을 맞이하는 공공의 장소로서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와 같은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고자 서로 다른 몸을 환대하고 그 만남의 방식을 실험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김원영, 정지혜, 보철(물)로서 움직이기-머신,어포던스,케어, 2024, 퍼포먼스. 작가 및 서울문화재단 제공
전시는 ‘기울인 몸들’, ‘살피는 우리’, ‘다른 몸과 마주보기’라는 3개 주제로 취약한 몸에 대한 통념에 저항하는 작품과 함께 서로 다른 몸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사진, 건축, 퍼포먼스 등 40여 점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몸의 다양함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서로 다른 몸을 살피는 일이 결국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옴을 이야기한다.
1부 ‘기울인 몸들’에서는 약한 몸이라는 편견에 저항하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구나의 조각 <레드브라운캐비닛 안 상아뼈콜드스킨제스쳐>(2025)와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의 회화 <일상의 수어>(2022)가 각각 아픈 몸과 청각장애인의 경험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선보이며 전시의 포문을 연다. 사라 헨드렌(Sara Hendren)과 케이트린 린치(Caitrin Lynch)의 <집에서 엔지니어링 하기>(2016/2025) 연작은 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데 첨단의 기계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물의 간단한 변형으로도 충분함을 보여준다. 판테하 아바레시(Panteha Abareshi)의 <사물 욕망>(2024)이 장애인의 몸이 가진 욕망을 다룬다면 조영주의 <커튼 속 살>(2025)은 노화를 포함하는 신체 기관의 변화가 여성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한다. 천경우의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2025)는 오랜 친구인 두 노년 여성이 손을 맞잡고 행하는 퍼포먼스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2부 ‘살피는 우리’에서는 서로 다른 몸이 함께하는 방법을 도시, 공간, 언어, 몸짓, 미술관이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한다. 휠체어 사용자이자 예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기도 한 데이비드 기슨(David Gissen)이 장애인의 시점에서 디자인된 도시 계획을 선보인다면, 리처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는 수어 사용자들을 위한 공간 디자인을 제시한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의 몸짓을 춤으로 풀어낸 알레시아 네오(Alecia Neo)의 작품과 청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소통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김은설의 <흐려지는 소리, 남겨진 소리>(2025)는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몸짓과 언어를 상상한다. 윤충근의 <캡션>(2025)과 <격언>(2025)은 화장실, 의무실, 안내소, 주차장,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등 미술관 곳곳의 디자인 요소를 비평적 관점에서 검토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몸을 환대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한다.

3부 ‘다른 몸과 마주보기’는 5월 16일(금)부터 6월 15일(일)까지 서울박스에서 퍼포먼스, 대담, 강연 등 다양한 형태의 연계프로그램들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직 변호사에서 안무가로 변신한 김원영과 정지혜 안무가가 만나 선보이는 신작 <보철(물)로서 움직이기-머신/어포던스/케어>(2025)는 서로 의존하고 지지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철’이라는 사물에 비추어 살펴본다. 안무가 윤상은의 <어딘가의 발레>(2025)는 시각장애인들과의 발레 수업이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완벽한 몸짓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자 서로와 연결되는 방법으로서 발레를 선보인다. 여성운동가 김영옥은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의 조미경, 이진희와 만나 노년과 장애인이 연대하는 공연을 선보인다. 최태윤과 연 나탈리 미크(Yon Natalie Mik)의 <일하지 않는 움직임 / 이주하는 몸들>(2025)은 장애인과 이주민의 몸을 겹쳐 놓음으로써 노동과 생산이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서 몸을 다시 바라보자고 이야기한다. 프로그램별 상세 참여방법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무료/선착순).

포용적 미술관으로서의 실천적 의미로 서울관 입구에도 이례적으로 작품이 설치된다. 리처드 도허티(Richard Dougherty)의 <농인 공간: 입을 맞추는 의자>(2025)는 주 출입구 앞 계단에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이고 모두가 측면 경사로를 이용하게 만듦으로써, 장애인의 시선에서 시설을 되돌아본다. 장애인의 시선에서 공간을 다시 살펴본다는 작가의 의도는 의자 색상에도 반영되어 있다. 국립서울농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여 서로를 바라보며 수어를 사용할 때에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생동감 있는 색상을 작가와 함께 골랐다. 아울러 전시 개막과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과 전시안내 앱 내 접근성 페이지가 신설된다. 시각장애인, 휠체어 사용자 등 다양한 조건을 가진 관객들의 무장애 관람 지원을 위해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접근성 장치도 시도된다. 휠체어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공간 조성을 비롯, 시각장애인의 자율적인 관람을 돕는 점자블록, 발달장애인을 포함 모두를 위한 ‘쉬운 글’전시설명 벽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관객들을 위한 대화형 음성해설 등이다. 전시장 출구와 연결된 복도에는 ‘잠시 멈춤 공간’을 조성하여 관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유도하였다. 본 전시는 특별히 구성된 외부 전문가 접근성기획팀과 서울노인복지센터 등 기관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김영옥, 조미경, 이진희, 파도_나이 듦과 장애의 교차적 만남, 2025, 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 제작지원
전시 도록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웹(web) 형식으로 만들어 사용자에 따라 큰 글자, 음성지원, 어두운 화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람할 수 있다. 도록 필진으로는 휠체어 사용자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구르님(김지우)의 마음을 울리는 경험담부터 자신의 질병과 장애 경험에서 출발하여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예술평론가 안희제가 참여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자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경계 없는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실천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화 문의: 02-3701-9500(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알레시아 네오, 돌봄 색인_돌봄의 무보(舞譜), 2018, 디지털 프린트, 38.5✕52 cm (✕6), 38.5✕26 cm (✕3), 35.5✕26 cm (✕5)
■ 전시개요
ㅇ 전시제목: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Looking After Each Other
ㅇ 전시기간: 2025. 5. 16.(금) ~ 7. 20.(일)
ㅇ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 4 전시실 및 서울박스
ㅇ 출 품 작: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건축, 퍼포먼스 등 약 40여 점
ㅇ 참여작가: 구나, 김영옥x조미경x이진희, 김원영×정지혜, 김은설, 김 크리스틴 선, 데이비드 기슨, 리처드 도허티, 사라 헨드렌×케이트린 린치, 알레시아 네오, 윤충근, 윤상은, 조영주, 천경우, 최태윤×연 나탈리 미크, 판테하 아바레시(총 15인(팀), 국문 가나다순)
ㅇ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ㅇ 관 람 료: 2,000원
■ 연계프로그램
ㅇ 기 간: 2025. 5. 16.(금) ~ 6. 15.(일)
ㅇ 장 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박스
ㅇ 참여방법: 프로그램별 상이(누리집에서 2주전 사전신청)
ㅇ 세부 일정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