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미루기, 모으기(가제)
완벽주의자들은 결과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미루게 된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저도 더 많이 준비하고, 확장시키는 행동력만이 완벽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행동력 뿐만이 아니라 정확한 방향을 좁혀나가야 한다는 점이
더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감 이후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자주 (가칭), (가제), (초안)과 같은 '임시' 를 붙이며 계속해서 최종 결정을 유보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완벽한 결정은 쉽게 오지 않고, 몰아치는 행동력과 결정의 '미루기'가 더해지고 나서는,
오히려 사방으로 흩어져 가는 힘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 같습니다.
《 미루기 모으기(가제) 》는 그렇게 확정되지 못한 채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타인의 방향성에 기생한 불안한 힘들을 모아서 관조합니다.
매일 성장하는 듯하지만 내가 아닌 기분이 드는 일들, 기형적이고 미완의 태세들 등
불안정한 상태들을 모아 방향의 경계들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언젠가 흩어지는 것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기를 희망하며,
타자의 방향성이 아니라 내 안의 방향과 목적으로 스스로 '모으기'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때까지는 영원히 유보하며, 어떻게든 다시 좁혀보기, 다시 미루고, 또 모으기,
그리고 또...
(가제)
한준 작가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