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은 무수한 의자들을 그려놓은 ‘의자회화’일 뿐이다.
그런데 과연 그가 어떤 생각들을 그 회화에 심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단순히 ‘의자회화’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주 찬찬히 그 그림들을 살폈다. 그가 그린 의자들을 똑 같은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 어떤 주인들과 만나서 시작을 함께 보낸 흔적들이 역력했다. 게다가 의자들의 배경은 그 의자가 있었던 자기 혹은 그 의자가 품었던 시간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 뿐만 아니라 의자들은 모두 주인 없이, 스스로 ‘의자의 초상’이 되고 있는 점도 독특했다. 그는 이 작품들의 개념을 작명이라고 했다. 작명, 즉 이름을 붙인다. 의자는 의자가 살았던 삶의 리얼리티를 살짝 빼 놓으면 곧장 다른 상상력의 공간으로 뒤바뀐다. 의자는 노동의 현실만이 아니라 초현실의 세계로 이향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존재의 유형에 따라서는 관계를 지향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고독이 되기도 한다. 의자는 의자만의 존재로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갖는 샘이다. 그런 측면에서 임정은의 의자는 리얼리티와 초리얼리티의 ‘무명씨’ 임에 틀림없다.
작가 경력
임정은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재학, 홍익대학교 영상영화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