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김세중미술관 기획전 개최
《re-balance : 박혜수, 오종, 허산》
2025. 12. 9. – 12. 27.
김세중미술관은 2025년 12월 9일부터 12월 27일까지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작가 박혜수, 오종, 허산 3인의 그룹전 《re-balance》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단일한 주제나 형식적 통일성으로 수렴하기보다, 고정된 질서와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무게중심의 균형을 조율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획전이다. 세 작가는 설치, 드로잉, 조각 등 총 9점을 출품하며, 서로 다른 균형의 관점을 조화롭게 드러낸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얻는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현실을 새로운 시선을 통해 다시 바라보고 자신만의 기준과 균형점을 새롭게 세워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허산 작품 설치 전경
우리 사회에서 ‘균형(balance)’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안정이 아니라, 서로 대척점에 있는 두 존재 사이에서 과하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게 끊임없이 중심을 조율하는 유동적 상태를 의미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미세하게 흔들리며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불안의 순간을 동반한다. 균형은 그 자체로 안정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불안을 안고 움직이는 긴장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박혜수, Gloomy Monday, 2025, 전시 전경
이번 전시 《re-balance》展은 세상의 중심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균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순간마다 새롭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킨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공간적, 조형적 접근을 통해 변화하는 균형의 감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며, 관객이 고정된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의 균형점을 찾아보도록 제안한다. 이는 단지 예술의 확장된 감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와 현실을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여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종, Room Drawing(monochrome) #10, 전시전경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들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총 3회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 제작 과정, 작품에 담긴 의미, 작가의 창작 개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작품에 대해 폭넓게 이해 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은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심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보다 풍성한 전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도슨트(전시 해설) 프로그램은 매일 2시에 진행되며, 전시 관람은 무료이다.
1. 전시개요
□ 전 시 명 : 2025년 기획전 《re-balance : 박혜수, 오 종, 허 산》
□ 참여작가 : 박혜수, 오 종, 허 산
□ 전시기간 : 2025. 12. 09(화) – 2025. 12. 27(토)
□ 전시장소 : 김세중미술관 1전시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70길35)
□ 관람시간 : 화~일요일, 11:00~17:00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개 막 식 : 2025년 12월9일(화) 오후3시
□ 관 람 료 : 무료
□ 주최주관 : 김세중미술관
□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주체
□ 문 의 : 김세중미술관 학예팀
□ 프로그램 : 작가와의 대화, 장소 : 김세중미술관 예술의기쁨홀
허 산 2025.12.10.(수) 2:00-4:00
오 종 2025.12.11.(목) 2:00-4:00
박혜수 2025.12.12.(금) 2:00-4:00
오종, Room Drawing(monochrome) #10, 전시전경
오종 작가는 특정 공간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 안에서만 감지되는 감각적 리듬에 신체를 공명시키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해왔다. 작가는 “작품과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공간 자체가 영감이며, 그 공간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Room Drawing>#10 (2025)은 김세중미술관 특유의 높은 천장 구조와 은은히 스며드는 자연광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미술관의 타공판 벽면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아 점열과 선적 구조를 공간의 좌표처럼 배치하고, 낚싯줄과 철사, 비즈를 활용한 역건축적 구조를 통해 부재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체험을 선사한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작품의 존재를 즉각적으로 인지하기는 어렵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마치 별이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듯이, 점과 선들이 드러나는 순간을 맞이하며, 공간 자체의 존재를 감각하게 된다. 작가의 ‘공간 드로잉’은 겉으로는 정적이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점과 선, 추와 재료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긴장이 흐른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그 균형의 감각을 체험하게 되고, 나아가 자리 이동과 시선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형상을 넘어 경험으로 확장되는 순간으로 맞이하게 된다. <Room Drawing>#10 은 보이지 않는 형상과 비워진 공간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실체를 감싸는 여백과 숨겨진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기존의 시각 질서를 넘어서는 감각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박혜수, Gloomy Monday, 2025, 전시 전경
박혜수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규정하는 기준점을 되짚으며, 그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균형을 유지하는지를 새롭게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Groomy Monday>(2025)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매주 월요일 발행된 신문을 취합하여, 그날 보도된 단어들 중 부정적인 어휘를 펀칭해 삭제하고, 삭제된 구멍을 오르골 악보로 전환해 재구성한 설치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2024년 12월 3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1년 전 정치적 사건에 대한 특집 기사와 2025년 같은 날 신문에 실린 연예인 가십, 사생활, 사회적 범죄 관련 기사 속 부정적 어휘들이 같이 삭제되었다. 당시 신문기사에 부정적 단어가 많았던 만큼, 펀칭된 구멍도 유독 많았고, 미술관의 가장 높은 창끝까지 신문이 길게 연장된 형태로 설치되었다. 부정적 사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르골의 음률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 퍼지는 모순적인 균형을 드러낸다. 관객은 직접 오르골의 손잡이를 돌리며, 작가가 선택하고 삭제한 단어가 남긴 공백 속에서 새롭게 울려 나오는 소리를 체험한다. 작가가 삭제한 단어와 관객이 선택해 삭제할 단어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다층적인 감각적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월요일’, 즉 월요병을 동반하는 특유의 우울함과 그 속에서도 좋은 일을 기대해보는 개개인의 작은 소망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타인의 기준에 의해 규정되어 온 ‘일상의 무게’를 각자가 스스로의 기준으로 다시 가늠하게 만든다. 반복되는 주기의 리듬 속에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은 <Groomy Monday> 안에서 새로운 감각과 의미로 재해석되며, 관객에게 자신만의 균형과 조율을 느끼게 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허산 작품 설치 전경
허산 작가는 조각이 전제해온 질서와 의미 구조를 흔들어 새로운 감각적 인식을 제안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공든탑>(2025) 은 견고한 석탑을 ‘공’이 지탱하는 구조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안정과 불안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시각화한다. 파랑과 초록의 색조를 띠는 공은 푸른 지구를 상징하며,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감정과 존재의 상태를 은유한다. 이와 함께 선보이는 <기본 구조 연습> 연작 4점은 작가가 지난 3년간 기후 위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진행해온 실천과 사유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AI와 녹색 전환이라는 동시대적 화두 속에서 자연의 유기적 구조에 주목하였고, 그 일환으로 실제 나무를 관찰해 브론즈로 캐스팅해 인위성을 최소화한 형태로 제작한 작품이다. 브론즈 표면의 색 또한 화학적 반응을 통해 발색된 것으로, 자연의 흐름과 시간성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이러한 접근은 미래를 위해 자연의 질서를 수용하려는 태도이자 작가가 말하는 기후생태적 작업으로의 ‘전환점’을 반영한 선택이다. 허산은 “내 존재 자체가 자연임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생활과 작업 전반에서 자연적 행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기후에 대한 관심은 작가가 3년간 기후생태계에 관한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온 태도를 함축하는 작품 <삶, 숨, 쉼>(2025) 으로 이어진다. 이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기후생태적 전환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허산의 작품들은 균형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전환의 시점에 놓인 동시대적 질문을 관객과 함께 사유할 것을 제안한다.